이중삼중으로 고통받는 탈북자

탈북자들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중국 등 제3국에서 남성들이 겪지 못하는 고통을 당하는 것도 그동안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이들이 갖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정부의 적절치 못한 대책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 편견 때문에 2중, 3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 탈북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 정착 지원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여성 교육생과 이미 사회로 나온 탈북 여성들을 상대로 심층면접한 결과 드러난 내용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탈북자 문제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이들의 지적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단기성과 위주이며,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가구별·개인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격증 취득 등 능력에 따라 지원하고 있다. 또 탈북 여성에게는 한국 여성들이 기피하는 요리·재봉·세공 등 분야의 직업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탈북 과정에서 엄청난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었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탈북 여성들은 탈북자라고 신원을 밝힐 경우 취업을 거부당한 경험을 공통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면전에서 “불법 체류 신분의 중국 교포를 쓰지, 북한 사람은 안 쓴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탈북자들은 교포 행세를 한다. 이들은 정착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을 받았지만 시민으로서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고 ‘삼등 시민’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각급 기관 담당자들마저 이들이 ‘사회복지 혜택을 많이 받으면서도 일하기 싫어하는 집단’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할 말을 잃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탈북자 중 여성의 비율은 한 자리 숫자였다. 하지만 여성 탈북자 비율이 크게 높아져 지난달 말 현재 누계로 70%를 넘어서고 있다. 여성 탈북자 문제가 곧 탈북자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만큼 현재 남성 위주로 되어 있는 탈북자 대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성별과 나이, 건강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손질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탈북자 문제는 풀 수 없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탈북자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